미식축구 역사 탐방(45)

부산발 미식축구 열풍 동아대의 창단 

현재는 대학팀을 창단하려면 선수들을 모집하고 감독을 선임하고 그리고 돈만 있으면 손쉽게 창단이 된다.
그러나 44년 전인 1976년은 달랐다. 돈도 없었지만 장비를 살 곳도 없었다.
서울과 경기 이외에 지방에서 어렵게 창단된 동아대의 이야기를 잠깐 소개한다.
특히 동아대 창단 소식은 당시의 어려웠던 미식축구 환경에서 운동하는 대학 선수들에게는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그리고 동아대의 창단은 곧이어 부산대, 경성대, 해양대, 동의대 팀들이 연이어 창단되면서 지금의 부산 미식축구의 디딤돌이 되었다.
또한 이 열풍은 80년대에 대구로 불어 닥쳤다.
대학 미식축구의 전국구가 시작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창단 시에 동아대 팀 오른 쪽 끝이 최현두 감독이고 오른쪽 끝에서 뒤가 김광렬 

장비의 조달
1974년 여름에 어느 일간지 아래에 이런 광고가 있었다.
“미 7사단 철수로 인하여 아래의 물건을 경매를 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 내용에는 ”미식축구 장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서울대 감독이었던 필자와 당시 선수였던 고 최현두 전 KAFA회장과 같이 미 7사단 본부가 있던 동두천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도 거들떠도 보지 않은 미식축구 장비를 있는 대로 모두 긁어서 용달차에 가득 실었다. 모두 가격은 3만 7천원인데 당시 돈으로는 큰 돈이었다. 서울대 미식축구 가을 예산을 전부 다 써버렸다.
그런데 정작 쓸만한 것은 별로 없었다. 너무 컷고, 너무 낡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어느 축구화는 우리들 발 2개가 들어갈 정도로 컷다. 그래도 서울대에서 먼저 쓸만한 것을 골랐다.
나머지는 창고에 쳐박아 놓았다.


1976년 11월11일 서울대와 창단 경기(동아대 대신동 캠퍼스)

그리고 2년 후 1976년 봄.
1976년 봄에 부산으로 낙향 해있던 전 KAFA 회장인 강성봉고문이 수원으로 왔다. 미 7사단에서 불하받은 장비를 달란다.
그리고 작년에 입던 서울대 헌 유니폼과 함께 모두 가져갔다.
물론 서울대 장비중에서 쓸만한 것도 같이 보냈다.
이 헌장비들이 부산 미식축구의 종자 씨가 된 것이다.

드디어 동아대 창단, 합숙 및 창단 경기
강성봉 고문은 동아대에 가서 학생회장을 만나 미식축구팀을 만들겠다고 설득을 했고 선수 모집공고를 냈다. 
그리고 모인 창단 부원들이 8명이 되었다.
이들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었다. 이날이 6월10일이고 동아대학교 창단일이다.
당시 창단 팀의 주장이었던 김광렬은 아렇게 말을 한다.
“미국 AFKN TV(미군사 TV)에서만 보던 미식축구를 한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더우기 서울대와 여름합숙에서 당시 서울대 팀의 조원민 감독의 다정다감함에 운동은 힘들었지만 배우려고 열심히 따라했던 기억이 나는 군요. 그리고 그때 배운 로우불락, 헤드불락, 땅으로 기는 플레이 등은 한동안 동아대 플레이의 상징이었지요“
창단 직후 동아대는 강성봉 전 KAFA회장의 지도하에 자체 훈련을 거쳐서 이해 8월 중순에 충남 대천으로 서울대 여름합숙에 같이 참여한다. 참가자는 강성봉고문과 선수 8명이었다.
모두들 열심히 배우려고했고 배웠다. 그래도 미식축구 신출내기들이 전통의 서울대 훈련에 끼는것은 매우 어려웠다.
실력의 균형이 맞지않아 처음에는 별도로 따로 자세를 배웠고 합숙이 끝날 즈음에야 같이 할 수가 있었다고 김광렬은 말한다.
"하여튼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운동하였고 밤에는 술마시고 그렇게 여름을 보냈지요".
다시 학교로 돌아온 동아대는 선수를 보충하고 그해 11월 11일 서울대를 불러 부산 대신동 캠퍼스에서 창단 경기를 가진다.
이 경기는 필자가 주심을 보았다.

동아대 8 -28 서울대

실제로 어디가 이겼는가는 의미가 없다.
동아대는 서울대 선수 그리고 강성봉고문도 같이 혼성으로 팀을 꾸려 서울대와 경기를 하였다, 고 최현두 회장은 울산에서 근무를 하고있어 마음만 부산에 있었다.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이상한 경기를 한다고 구경하러 나왔다.

창단 후 동아대 창단 선수(앞줄)들과 서울대(뒷줄)의 합동 기념사진(오른쪽 끝이 김광렬 창단주장)


첫 공식대회의 승리 이야기
창단의 흥분이 가시고 해가 지난 77년이 되자 창단 부원들은 군입대를 하고 또는 개인 사정으로 하나둘 팀을 떠났다. 남은 선수들은 76학번의 김강과 신종근 그리고 주장 김광렬이었다.
선수를 모집하려고 애를 썼고,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78년이되자 많은 부원들이 들어왔고, 활기를 되찾았다.
이해 4월에는 서울고려대 OB가 주축인 사회인팀 매드터틀즈와 구덕운동장에서 시합을 가졌다.
물론 0-26으로 패하였지만 러시는 잘 막아 내었다. 모두 패스로 점수를 주었다.
당시 경기도 필자가 주심을 보았는데 경기 후에 매드 터틀즈 주장 김상엽(QB)는 "제대로 불락과 택클이 들어가네"라고 말을 하였다.

그리고 10월에 서울대를 불러 친선 경기를 가졌다.
강성봉 회장이 삼성여고 재단일로 시간을 낼 수가 없어 팀을 이어 받는 감독은 최현두 회장이다. 최회장은 79년부터 팀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경기 출전은 79년 9월 효창구장에서 열린 전국 추계 부터였다. 이 대회는 서울대 QB 정연일이 한양대와 경기중에 필드에서 산화를 한 유명한 대회였다. 
마지막날 동아대는 서울대에 16-0으로 승리를 거두게된다.
물론 서울대는 주전 QB 정연일이 빠진 상태였지만 승리는 승리였다. 

동아대와 동아대 OB가 맞붙은 제 1회 김치볼 1996년 1월 14일 부산사직구장 


그리고 전국을 평정한 동아대
비록 출발은 미약했지만 동아대의 상승은 무서웠다.
창단 5년 후 1981년 전국 동계에서 준우승을 시작으로 81년 부산 춘계 우승, 그리고 QB 김종선, RB 주권등의 활략에 힘입어 1991년 11회 전국 동계 우승, 전국 춘추계 우승 등 3관왕이 되었다.
또한 2000년 5회 2004년 9회 김치볼 그리고 11회 김치볼을 거머 쥐는 등 김치볼 에만도 3번을 우승을 하는 한때 전국의 최강자로 군림하였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선수 숫자가 고작 13명에서 15명 정도로 우승을 한 것이 아직도 미식축구인들에게는 이야기가 되고있다. 당시에는 대단한 정신력을 가진 팀으로 기억이되고 있다.

 
에피소드
76년 11월 창단 경기 후에 고 김한수 전부산협회 회장이 송도에서 서울대선수들과 동아대 선수들에게 회를 사주었다.
그런데....문제가 생겼다. 서울대 선수들과 동아대 매니저들 간에 즉석 미팅이 있었는데 조용히 마무리가 되지 않고 동아대 선수들과 마찰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을 보고 화가 난 강성봉고문이 동아대와 서울대 선수들을 모두 옷을 벗기고 차거운 파도가 치는 바다로 점프를 하게했다. 추워서 들어가지 않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선수들을 강고문이 직접 옷을 벗고 먼저 들어가니 마치 아기 오리들이 엄마 따라 들어가듯이 졸졸 따라 들어갔다. 정말 가관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추운 11월의 겨울바다에 심장마비가 걸리지 않을까 무척 걱정을 했었다.
당시 강성봉고문의 나이는 만으로 아직 26살 그리고 나는 28살이었다.

창단경기/1976년 11월11일/대신동 캠퍼스
서울대 28-8 동아대

매드터틀즈 초청경기
1978년 4월/부산 구덕운동장
매드터틀즈 26-0 동아대

서울대 초청경기
1978년 10월/대신동 캠퍼스
서울대(승) - 동아대(패)

1979년 추계
1979년 9월 24일/효창구장
서울대 0-16 동아대 

인용자료

1. 서울대학교 미식축구 66년사:집필잭임자 박경규
2. 고려대 미식축구 50년사
3. 동아대 미식축구 40년사
4. 개인면담:강성봉 전 KAFA 회장/故 최현두 전 KAFA회장 생전 이야기/김광렬 동아대 OB, 창단주장/신인식 동아대OB(78학번)
5. 박경규: 개인 일지
6. 사진: 박경규 개인소장

역사편집: 한길 박경규 경북대 미식축구 감독